[핀맵뉴스] 어린 시절 배운 '성실한 삶'의 가치가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 특히 '빚'을 통해 돌아가는 경제 구조 속에서 평범한 가장들에게 어떻게 다르게 체감 되는지, 그리고 이것이 시사하는 바를 짚어봅니다.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게 살면 언젠가는 보상 받는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입니다. 부모님과 선생님은 근면과 성실의 가치를 강조했고, 그것이 성공적인 삶의 유일한 길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키우는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게 된 지금, 그 믿음은 때때로 허탈한 질문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정말 열심히 살기만 하면 되는 걸까? 혹시 우리는 거대한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보이지 않는 빚의 사슬에 묶인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대 자본주의 경제는 '신용'을 바탕으로 움직입니다. 은행은 우리가 맡긴 돈(예금)의 일부만을 지급준비금으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대출을 통해 새로운 돈을 창조해냅니다. 말 그대로 '없는 돈'이 대출이라는 형태로 생겨나 시중에 풀리고, 이를 통해 기업은 투자를 하고, 개인은 집을 사고, 소비를 합니다. 얼핏 보면 빚이 또 다른 빚을 만들고, 그렇게 부풀려진 돈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창조 경제'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이 개인에게 끝없는 '빚 권하는 사회'를 만든다는 점입니다. 내 집 마련의 꿈은 수십 년짜리 주택담보대출 없이는 상상하기 어렵고, 자녀 교육이나 갑작스러운 지출 또한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사업을 시작하거나 확장하려는 이들 역시 은행 문을 두드리는 것이 첫 번째 순서입니다.
이렇게 빌린 돈은 잠시 유동성을 제공하지만, 결국 원금과 이자라는 형태로 고스란히 개인의 어깨를 짓누릅니다. 매달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우리는 더욱 치열하게 일해야 하고, 혹여나 수입이 줄거나 금리가 오르기라도 하면 그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성실하게 일해서 번 돈이 오롯이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쓰이기보다는, 빚을 갚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결국 많은 가장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제자리걸음 같다", "결국 은행 좋은 일만 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자조 섞인 푸념을 늘어놓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믿음과 고된 현실 사이의 괴리감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톱니바퀴 속에서 빚이라는 연료를 태우며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노예'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됩니다.
물론 자본주의와 대출 시스템이 가져다주는 경제 성장과 기회의 이면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압박감과 소외감 또한 외면해서는 안 될 현실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고, 보다 현명한 금융 생활과 부채 관리를 통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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