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맵뉴스] 이러다 정말 전세가 사라지는 것 아닌가라는 무주택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때 대한민국 주거 시장의 한 축을 굳건히 지탱하던 전세 제도가 빠르게 월세로 대체되면서 임대차 시장의 지형도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월세 100만원은 기본이 된 고액 월세 시대가 도래하며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월세 계약 비중 60% 돌파, 전세의 월세화 통계로 증명되다
2025년 대한민국 주택 임대차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전세의 월세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국 주택 임대차 계약 중 월세 계약은 총 74만 3,73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23.9%나 폭증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전세 계약은 48만 1,688건으로 전년 대비 7% 증가에 그쳤다. 전체 임대차 계약(122만 5,421건)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0.7%에 달하며, 전세(39.3%)를 압도했다. 임차인 10명 중 6명은 전세가 아닌 월세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월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가격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5년 5월 전국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00.24를 기록하며 2015년 6월 통계 집계 이후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지수는 2023년 2월 이후 무려 27개월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왜 전세는 외면받고 월세만 찾는 걸까?
이러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결과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수년간 사회를 뒤흔든 전세 사기의 공포가 꼽힌다. 수억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세입자들을 보증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월세나 준월세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
집주인들의 인식 변화도 큰 몫을 차지한다. 과거 고금리 시대에는 전세 보증금을 받아 은행에 예치하는 것만으로도 쏠쏠한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세의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대신 매달 꼬박꼬박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하는 임대인이 급증한 것이다. 안정적인 수익 확보라는 측면에서 월세가 전세를 압도하게 된 셈이다.
강북도 월세 400만원…현실이 된 서울의 고액 월세
월세 급등 현상은 대한민국 부동산의 심장부인 서울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제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월세 100만원은 더 이상 고액으로 분류하기 민망할 정도가 됐다.
실제로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의 월세 100만원 이상 거래는 1만 8,035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1만 7,579건) 대비 2.6% 증가한 수치이며, 고가 월세 시장이 꾸준히 팽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강남이 아닌 강북 지역에서도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400만원짜리 아파트 계약이 체결되는 등 상징적인 사례들이 속출하며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 공급 부족, 금리 인하 기대감에 월세화 지속될 것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세의 월세화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로 전세 공급 부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급이 부족하니 전셋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세입자들을 월세 시장으로 밀어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원하는 집주인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월세 시장은 계속해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전세 물량 부족과 월세 가격 급등이라는 이중고가 무주택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특히 기존 세입자들은 치솟는 신규 계약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 계약 중 갱신권을 사용한 비중은 49.7%로, 2022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갱신권을 사용하면 임대료를 5% 이내로 묶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전세 제도는 무주택 서민에게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하며, 전세 시장의 급격한 위축과 월세 급등은 가계 부담을 심화시켜 소비 위축 등 또 다른 경제 문제로 번질 수 있기에, 안정적인 주거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적 고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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