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와 경기 둔화의 그림자가 국내 금융권에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2025년 1분기 국내 은행의 부실 채권 규모가 5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과 가계의 부실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4년 만에 최고치, 부실 채권 16.6조 원… 건전성 빨간불
금융 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 채권(고정 이하 여신) 규모는 16조 6,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직전 분기보다 1조 6,000억 원 증가한 수치로, 2019년 9월 이후 5년 6개월 만의 최대 규모입니다.
총 여신에서 부실 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부실 채권 비율 역시 0.59%를 기록하며 2021년 3월(0.62%)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이는 은행의 자산 건전성 관리에 경고 등이 켜졌 음을 의미하는 지표입니다.
이러한 부실 채권 증가는 1분기 중 신규 발생 부실 채권(6조 원)이 부실 채권 정리 규모(4조 4,000억 원)를 크게 웃돈 결과입니다. 고금리 장기화로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차주들이 늘어나면서 새로 발생하는 부실이 은행의 처리 속도를 앞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기업, 가계 가릴 것 없이 부실 확대… 특히 중소기업 위태
부실 채권 현황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명확해집니다. 기업여신 부실채권은 11조 7,000억 원으로 전체 부실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부실채권비율은 0.72%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0.89%까지 치솟아 대기업(0.45%)의 두 배에 달했습니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가계여신 부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가계여신 부실채권은 2조 8,000억 원으로, 주택담보대출(0.22%)과 기타 신용대출(0.62%) 모두 부실채권비율이 상승했습니다. 신용카드 채권의 부실채권비율은 2.01%로 전분기 대비 0.20%p나 급등해 소비 위축과 가계의 상환 능력 저하를 동시에 시사했습니다.
금융당국 손실흡수능력 확충 유도... 선제적 관리 나선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금융 당국은 은행권의 자산 건전성 관리를 한층 강화할 방침입니다. 은행들이 부실 채권 상·매각 등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미래의 손실에 대비해 대손 충당금 적립을 확대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은행권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70.5%로, 부실 채권 증가에 따라 이전보다 하락한 상태입니다.
고금리 환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한 부실 증가 압력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개인 투자자와 대출자들 역시 자신의 재무 건전성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보수적인 자금 운용 계획을 세워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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