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맵뉴스] 잠잠해지는 듯했던 대한민국 가계부채 시한폭탄의 초침이 다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7개월 만에 최대치인 6조 원 폭증했으며, 이 증가세의 중심에는 단연 '주택담보대출'이 자리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과 임박한 대출 규제 강화가 맞물리며 가계 빚이 다시금 우리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숫자로 확인된 '빚'의 증가세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5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한 달 새 6조 원이 늘어 전월 증가액(5조 3천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2024년 10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증가세를 견인한 것은 단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다. 5월 한 달에만 5조 6천억 원이 늘어나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은행권 주담대가 5조 4천억 원, 제2금융권 주담대가 2천억 원 각각 증가하며 전반적인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4천억 원 증가에 그쳐, 이번 대출 증가는 명백히 부동산 관련 자금 수요 때문이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추세는 6월 들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국내 5대 주요 은행(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 단 열흘 만에 약 2조 원이 증가하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가계 대출, 왜 다시 급증하나?
이번 가계대출 급증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첫째, 부동산 시장의 꿈틀거림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올 2월부터 주택 거래량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내 집 마련이나 투자를 위한 자금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둘째, 다가오는 규제 강화 전 '막차 타기' 수요다. 오는 7월부터 미래 금리 변동 위험까지 반영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된다.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지기 전에 미리 자금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5~6월에 집중된 것이다.
셋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과 '빚투(빚내서 투자)' 심리의 부활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다시 들썩이고 주식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빚을 내서라도 자산 시장에 뛰어들려는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이 비대면 주담대 한도를 늘리고 만기를 연장하는 등 대출 영업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칼 빼 든 금융당국, 그러나 '딜레마'
가계부채 증가세에 빨간불이 켜지자 금융당국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밀착 관리할 것"이라며, 특히 증가 속도가 빠른 수도권을 중심으로 금융회사의 주담대 취급 실태에 대한 현장 점검을 포함한 강력한 관리·감독을 예고했다. 또한, 예정대로 7월 1일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를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무분별한 대출 억제가 서민과 실수요자의 금융 애로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적 균형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 상품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당국의 고민은 깊다. 한국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7~8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려야 하지만, 섣부른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고 가계 빚을 더욱 부풀릴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미 5대 은행의 가계 및 개인 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등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부채 관리는 올 하반기 한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본 콘텐츠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금융 상품의 가입이나 투자를 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품 가입 및 투자에 대한 모든 결정과 그에 따른 결과의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